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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청춘 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대리만족이 제대로였다
처음에는 흔한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잘생긴 남자와 매력적인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서로에게 끌리고, 때로는 다투고 헤어지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 로맨스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소재라 특별할 것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흔한 사랑 이야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사랑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청춘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도시남녀의 사랑법》 속 인물들은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상대방만 바라보지 않는다. 사랑을 하면서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에는 솔직하게 행동한다. 때로는 충동적이고, 때로는 자유분방하며, 현실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살아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낯선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삶. 드라마를 보는 동안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대리만족을 제대로 느꼈다.
내 학창 시절과 20대에는 낭만보다 돈 걱정이 많았다
지금 와서 내 학창 시절과 20대를 떠올려 보면, 반짝이는 추억보다 현실적인 걱정이 먼저 생각난다.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취업은 할 수 있을까. 앞으로는 무엇을 해서 먹고살아야 할까. 그 시절에는 이런 고민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젊음이라는 말에는 왠지 자유와 낭만, 무한한 가능성 같은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젊을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젊음이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고, 세상에 대해 아는 것도 부족하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조차 확신하기 어렵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돈이 문제였고,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해도 현실적인 조건부터 따져야 했다.
그래서 내게 20대는 마음껏 즐기기만 했던 시절로 기억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든 잘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지금보다 젊고 체력도 좋았을 텐데, 그때는 그 사실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바빴으니까. 지나고 나서야 그 시절에만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는다.

드라마 속 청춘들을 보며 느낀 묘한 해방감
그래서일까.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보고 있으면 묘한 해방감이 든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실제로 얼마나 행복한지와는 별개로,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숨기지 않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마음껏 좋아하고, 낯선 곳으로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때로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까지도 삶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 간다.
내가 젊었을 때는 그런 모습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당장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데 여행은 무슨 여행이며, 취업도 불안한데 연애와 낭만을 마음껏 즐길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사람마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삶에도 그들만의 고민이 있다. 하지만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자유로운 일상을 보고 있으면, 내가 현실적인 이유로 미뤄두었던 경험들을 대신 누리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내가 부러워하는 것은 그들의 연애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웃고, 어디론가 떠나고, 새로운 일을 경험하는 동안만큼은 돈이나 취업 같은 걱정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그런 시간을 충분히 누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 나는 그 시절에 그런 여유를 얼마나 가졌을까. 돌이켜 보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살아도 괜찮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젊음은 지나고 나서야 반짝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이 분명히 있다. 그 시절에 만난 사람, 처음 해본 일, 낯선 곳에서 느꼈던 감정은 시간이 흐른 뒤 똑같이 되풀이하려 해도 완전히 같을 수 없다. 그런데 젊은 시절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그 사실을 잘 모른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지금의 어려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니 눈앞의 현실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나 역시 그랬다. 그때는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그 시절의 내가 잘못 살았다는 뜻은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을 것이다. 다만 지금 다시 그때를 돌아보니,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았고 조금은 계획에서 벗어나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하고 완벽하게 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루고, 우리가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장면들도 등장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뻔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인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는 그 자유로움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다.
이 드라마를 보며 내 20대가 조금은 달랐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했다. 돈 걱정도 취업 걱정도 없이 살 수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웃고, 조금 더 많이 경험하고, 그 순간을 즐겼다면 좋았을 것 같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도 드라마를 통해 그 시절의 낭만을 다시 상상해 보는 일은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이 좋았다. 단순히 청춘들의 사랑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치여 잠시 잊고 있었던 젊음의 반짝임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