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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이 편하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과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내 주변을 가만히 돌아보면 나와 비슷한 소득 수준, 비슷한 경제 상황, 비슷한 생활 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특별히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세상이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보게 된 영화가 〈언터처블: 1%의 우정〉이다.
처음에는 그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기준을 만들어 놓았는지 돌아보게 됐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좁게 바라보게 되는 이유
20대였을 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도 알고 싶었다. 새로운 장소에 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사회생활을 하고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 정도의 기준과 익숙한 생활 방식이 생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것과 경험해 본 것을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게 된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변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익숙함이 편견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알아가기 전에 먼저 경계하게 된다. 경제적인 상황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면 나도 모르게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선을 긋게 된다.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기 전에 이미 그 사람에 대한 답을 정해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과정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가 된 부유한 남자 필리프와 그의 간병인으로 일하게 된 드리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의 삶은 처음부터 상당히 다르다.
필리프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살아왔지만 사고 이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반면 드리스는 필리프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젊은 남자다. 간병인으로 일하기 위해 찾아왔지만 처음부터 진지하게 그 일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이 처음부터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서로의 차이 때문에 계속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상대방을 알아간다.
특히 드리스는 필리프를 지나치게 불쌍한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필리프의 장애를 무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을 규정하지 않는 것이다.
필리프 역시 드리스의 환경이나 행동만 보고 그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를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씩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관계가 결국 고용인과 고용주를 넘어 친구라는 관계로 이어진다.
내가 가진 편견을 돌아보게 만든 영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편견'이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미리 판단한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어디에서 살아왔는지, 경제적으로 어떤 환경인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버린다.
물론 살아가면서 경험을 통해 사람을 조심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방을 알아보기 전에 내가 가진 정보만으로 그 사람의 가치까지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 역시 그런 경우가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다른 환경의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경계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는 조금 더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내가 바라보는 세상 자체가 점점 좁아지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데도 말이다.
세상에는 내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도 많다. 나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에게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관과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환경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그 단순한 사실을 영화가 다시 생각하게 했다.
반짝반짝 호기심을 갖던 시절
영화를 보고 나니 20대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가졌던 것 같다.
처음 가보는 곳에 가는 것도 재미있었고,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모르는 것이 많으니까 더 궁금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세상을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범위 안에서 익숙한 것들이 많아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대신 내가 알고 있는 기준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은 아닐까.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보면서 예전의 그 호기심을 조금 되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있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삶이 있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
이 영화는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봐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아직 어른보다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완전히 굳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를 본 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왜 처음에는 서로 어색했을까?'
'왜 두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다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아이에게 누군가를 편견 없이 바라보라고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영화로 함께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의 세상이 전부는 아니니까
영화 제목인 〈언터처블: 1%의 우정〉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1%'라는 숫자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었다.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주변의 세상을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게 된다.
내가 아는 사람들, 내가 사는 동네, 내가 경험한 경제적 환경, 내가 가진 가치관이 세상의 기준인 것처럼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경험한 세상의 일부일 뿐이다.
더 큰 세상이 있고,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 역시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알고 있는 것만 믿게 되는 것은 아닌지 가끔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예전처럼 조금 더 궁금해지고 싶어졌다.
처음 만난 사람을 너무 빨리 판단하지 않고,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고 싶다.
20대의 어느 날처럼 세상을 바라보며 반짝반짝 호기심을 갖던 마음도 다시 가져보고 싶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은 나에게 단순히 따뜻한 우정을 보여준 영화가 아니었다.
내가 얼마나 좁은 세상 안에서 편견을 가지고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한 영화였다.
그리고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본 시간이 충분히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