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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 리뷰|처음엔 지루했는데, 어느 순간 아라키스에 빠져버렸다

wowsnowflake 2026. 8. 18. 15:00

목차


    세계관이 있는 영화는 결국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세계관이 있는 영화는 엄청나게 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영화가 시작되면 그 안에 새로운 세상이 하나 만들어지고, 그 세계에서만 통하는 규칙과 역사, 사람들의 관계가 생긴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낯설었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듄》이 딱 그런 영화였다.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살짝 지루했다. 등장인물 이름도 익숙하지 않고, 아라키스니 프레멘이니 스파이스니 하는 말도 계속 나오는데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가 싶은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만 참고 집중해서 보다 보면 영화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특히 이 영화는 친절하게 모든 것을 하나씩 설명해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관객이 직접 보면서 “아, 이 사람들은 이런 관계구나”, “이곳에서는 물이 정말 귀한 자원이구나”, “이 스파이스라는 것이 단순한 향신료가 아니구나” 하고 조금씩 알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듄》은 줄거리만 따라가려고 하면 어렵고 지루할 수 있지만, 그 세계 자체를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보면 재미가 확 달라진다. 저는 오히려 이 부분이 《듄》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친절하게 떠먹여 주지 않기 때문에 관객이 영화 안으로 한 발 더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한번 그 세계관에 익숙해지고 나면 처음에 낯설었던 장면들이 하나씩 연결된다. 영화를 보고 나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게 되는 것도 이런 영화의 특징인 것 같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로 시작했는데, 끝나고 나면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 거지?’가 되어버리는 영화. 《듄》은 바로 그런 작품이었다.

    외계 행성 같았던 사막, 그런데 실제 지구였다

    제가 《듄》을 보면서 가장 많이 궁금했던 건 이야기보다도 오히려 사막이었다. 영화 속 아라키스는 정말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끝없이 모래가 펼쳐진다. 붉고 거친 바위와 거대한 모래언덕이 함께 나오는데, 우리가 흔히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는 사막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진짜 외계 행성에 카메라를 가져다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저곳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듄》의 사막 장면은 한 곳에서 찍은 것이 아니었다. 특히 《듄: 파트2》에서는 요르단의 와디 럼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리와 사막 등이 활용됐다. 재미있는 건 촬영팀이 장소에 따라 역할을 나눴다는 것이다. 제작진 설명에 따르면 바위와 협곡이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주로 요르단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언덕 장면은 아부다비에서 촬영했다. 그러니까 제가 영화에서 보면서 ‘이 사막은 왜 이렇게 다르게 생겼지?’라고 생각했던 게 당연했던 셈이다. 특히 아부다비에서는 실제 모래언덕 위에 거대한 채굴 차량 세트를 올려놓고 촬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알고 다시 영화를 보면 CG로 만들어진 영화라고만 생각했던 장면들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물론 지금은 기술이 워낙 좋아서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만들어진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듄》은 가능한 한 실제 풍경의 힘을 가져오려고 한 영화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감독 드니 빌뇌브가 자연을 관객이 실제로 느끼게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이해가 된다. 거대한 사막 앞에 아주 작은 인간이 서 있는 모습. 저는 그 장면들이 《듄》이라는 영화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정말 영화관에서 봤어야 했다. 집에서 보면서도 ‘와, 크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맥스 같은 큰 화면에서 봤다면 느낌이 완전히 달랐을 것 같다.

    음악과 소리가 화면보다 먼저 나를 압도했다

    《듄》을 이야기하면서 영상미만 이야기하기에는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음악과 사운드다. 저는 집에서 영화를 봤기 때문에 사실 이 부분이 더 아쉬웠다. 화면 자체도 엄청난데, 음악과 소리가 장면을 끌고 가는 힘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한스 짐머의 음악은 그냥 배경음악을 깔아놓는 느낌이 아니다. 인물이 등장할 때도 음악이 긴장감을 만들고, 사막을 걷는 장면에서도 소리가 공간의 크기를 느끼게 한다. 거대한 모래벌레가 등장하거나 전투가 시작되는 장면에서는 음악과 효과음이 합쳐지면서 ‘이건 집에서 이어폰으로 조용히 볼 영화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가 가진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압도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 《컨택트》나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봤을 때도 이야기를 빠르게 몰아가기보다는 화면과 소리로 관객을 그 공간 안에 머물게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듄》에서는 그 방식이 훨씬 크게 확장된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영화가 느리다고 생각했던 나도 어느 순간부터 그 느린 호흡 자체를 받아들이게 됐다. 모든 장면이 빨리 지나가야 재미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막을 걷는 시간, 인물이 서로 바라보는 시간, 거대한 공간을 보여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듄》만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 폴을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와 챠니 역의 젠데이아가 한국에 왔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두 배우는 2024년 《듄: 파트2》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기자간담회와 레드카펫 행사 등에 참석했다. 특히 티모시는 한국 팬들이 붙여준 ‘듄친자’라는 말을 직접 따라 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사막 한가운데서 진지하게 운명과 싸우던 두 사람이 한국에 와서 팬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친근하게 느껴졌다. 영화 속 인물과 배우가 따로 존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배우의 모습을 직접 보게 되니 영화에 대한 관심도 한층 커졌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통했다, 그리고 이제 진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듄》은 처음부터 모든 관객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1편은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를 위한 준비 과정에 가까워서 “그래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언제 시작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듄: 파트2》에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폴이 프레멘들과 함께 생활하고 자신의 능력과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이야기가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한국에서도 《듄: 파트2》는 2024년 2월 28일 개봉했고, 개봉 첫 주에 46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상위권에 올랐다. 이후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편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듄: 파트2》는 전편보다 훨씬 강한 흥행을 기록하면서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후속작은 실제로 제작되고 있다. 《듄: 파트3》는 프랭크 허버트의 《듄의 메시아》를 바탕으로 하며, 드니 빌뇌브 감독이 다시 연출한다. 이미 2025년 7월 촬영에 들어갔고, 현재 알려진 북미 개봉 예정일은 2026년 12월 18일이다. 그래서 이제는 단순히 “듄 다음 편이 나올까?”가 아니라 “다음 편에서는 폴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갈까?”를 기다리는 단계가 됐다. 사실 저는 《듄》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다음 편을 기다리게 될 줄 몰랐다. 처음에는 낯설고 조금 지루했던 영화였는데, 알고 보면 그 지루함조차 거대한 세계관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모든 영화가 처음부터 재미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떤 영화는 보고 있는 순간보다 보고 난 뒤에 더 궁금해지고, 한참 지나 다시 생각나기도 한다. 《듄》이 저에게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 다음에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가 나온다면 이번에는 고민하지 않고 영화관으로 갈 생각이다. 이 정도의 사막과 음악과 사운드를 집에서 보고 있었던 것은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