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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리뷰|우주를 바라보다가 인간을 생각하게 되는 영화

wowsnowflake 2026. 8. 19. 16:11

목차


    책으로 먼저 만난 이야기, 그래서 영화가 더 궁금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영화보다 책으로 먼저 만났던 작품이다. 원작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조금 기대가 됐다. 그런데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머릿속으로 만들어놓은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 우주의 모습, 외계 생명체의 생김새가 너무 선명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내가 생각한 모습은 이게 아닌데?”라는 실망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조금 달랐다. 영화를 보면서 내 상상과 영화 속 장면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책을 읽을 때 내가 상상했던 우주선은 이런 모습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이렇게 표현했구나, 내가 생각했던 주인공과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라이랜드 그레이스는 이런 점이 다르구나, 내가 상상했던 외계 생명체 로키와 영화 속 로키는 또 이렇게 다르구나 하면서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졌다.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것만이 영화의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글을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이용하고, 영화는 감독과 배우, 미술팀과 음악팀의 상상력을 다시 보여준다.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래서 책을 읽은 사람에게 이 영화는 원작의 내용을 확인하는 작품이라기보다 ‘내가 상상했던 세계와 감독이 만들어낸 세계를 비교해보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원작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런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놀이터의 작은 개미를 보며 우주를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상하게 오래 생각났던 건 거대한 우주선도, 외계 생명체도 아니었다. 아이와 놀이터에서 있었던 아주 작은 일이었다. 아이가 놀다가 바닥에 있는 작은 개미를 손으로 꾹 눌렀고,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이에게 생명은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작은 개미에게도 가족이 있을 텐데, 누군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개미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이에게 설명하려고 시작했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내 생각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개미를 한참 바라보다가 ‘인간은 저 개미와 얼마나 다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간은 훨씬 크고, 지능도 높고, 문명을 만들었고,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우주라는 엄청난 크기 앞에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구를 벗어나는 순간 우리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주 작아진다. 지구조차 우주에서는 하나의 작은 행성일 뿐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말 그대로 먼지 같은 존재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작은 세상 안에서 서로 싸우고,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 경쟁하고, 아주 사소한 일에 화를 내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우주를 다룬 영화를 보면 잠깐 멈춰서게 된다. ‘내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이 우주에서도 중요할까?’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면서 내가 느낀 감정도 비슷했다. 거대한 우주를 보여주는 영화인데, 결국 나에게 남은 것은 오히려 인간이라는 존재의 작음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작음이 슬프기보다는 조금 겸손하게 느껴졌다.

    외계인이 무섭지 않았던 이유, 로키라는 존재

    어릴 때부터 UFO나 외계인 이야기를 좋아했다. 지금 생각하면 꽤 단순한 이유였다. 정말 지구 밖에 생명체가 있을까 궁금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진이나 영상이 나오면 괜히 찾아보곤 했다. 당시에는 외계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무섭거나 인간을 공격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거대한 우주선이 나타나고, 인간보다 훨씬 강한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략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외계인은 어딘가 두렵고 낯선 존재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외계 생명체는 조금 달랐다. 로키는 처음부터 인간을 공격하거나 지구를 정복하려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살리기 위해 우주까지 온 존재다. 물론 인간과 생김새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특히 서로 언어조차 제대로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인간에게는 당연한 것이 로키에게는 당연하지 않고, 로키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인간에게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 차이를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에서 ‘외계인도 결국 자기 세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생명체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저는 이 부분이 이 영화가 다른 외계인 영화와 다른 가장 재미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외계 생명체를 무조건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고,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나름의 삶과 목적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있는 존재로 보여준다. 만약 정말 우주 어딘가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이 꼭 인간처럼 생겼거나 인간처럼 생각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그래서 로키를 보면서 예전처럼 ‘외계인이 있다면 무서울까?’라는 생각보다 ‘정말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약 내가 그레이스라면 지구를 위해 우주로 갈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나라면 라이랜드 그레이스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지구의 미래가 걸려 있고, 자신이 성공할 가능성도 확실하지 않으며,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 영화에서는 그레이스가 자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지만, 막상 내가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 있게 “저도 가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가족과 밥을 먹고, 아이와 놀고,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 평범한 일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또 하나 영화가 끝난 뒤 계속 생각하게 된 것은 ‘지구는 결국 멸망하게 될까?’라는 질문이었다. 당장 우리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겠지만, 아주 먼 미래에는 태양도 수명을 다하고 지구 역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고작 백 년도 제대로 살지 못한다.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이 수십억 년의 우주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조금 우습기도 하다.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거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주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다른 생명체가 있을까, 지구 밖에서 살 수 있을까, 언젠가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런 질문을 계속하는 것 자체가 인간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고 나서 우주가 더 궁금해진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영화는 우주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작고 약하고 아는 것도 많지 않지만, 그 작은 존재가 자신이 사는 세계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답을 찾아간다. 그리고 어쩌면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인간이 가진 가장 대단한 힘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끝내 알아내려고 하는 것.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나는 다시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게 됐다. 저 넓은 우주 어딘가에 정말 우리와 전혀 다른 생명이 있다면, 언젠가는 서로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때 인간은 지금보다 조금 더 겸손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그것이 어쩌면 다른 생명과 만나는 첫 번째 준비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