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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리뷰|나에게도 냄새가 날까?

wowsnowflake 2026. 8. 31. 16:01

목차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늦게 보게 되는 영화

    영화 기생충은 너무 유명한 영화라 오히려 아직까지 제대로 보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영화를 본 지 꽤 되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영화의 줄거리보다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 있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냄새다. 영화에서 박 사장 가족은 기택 가족에게서 나는 냄새를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그냥 영화 속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일상에서 사람의 냄새를 꽤 자주 경험한다. 특히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냄새를 맡게 된다. 땀 냄새가 심하게 나는 사람도 있고, 빨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은 냄새도 있고, 빨래는 했는데 잘 마르지 않은 듯한 눅눅한 냄새가 날 때도 있다. 여름에는 특히 더하다. 좁은 지하철 안에서 냄새를 피할 곳도 없으니 정말 참기 어려운 순간도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익숙했던 냄새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사는 곳에 따라서 사람에게 냄새가 밴다는 영화 속 이야기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옷을 한번 킁킁거려 봤다. 혹시 나한테도 다른 사람이 느끼는 냄새가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웃긴 행동이지만, 그만큼 영화가 던진 질문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냄새 하나로 사람의 위치를 알아본다는 것

    기생충에서 가장 씁쓸했던 것은 가난한 사람이 가난해 보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에게서 가난의 냄새까지 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돈이 없다는 것은 옷이나 자동차, 사는 집처럼 눈에 보이는 것으로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다. 그런데 냄새는 조금 다르다. 본인은 모를 수도 있고, 씻는다고 완전히 없앨 수도 없는 생활의 흔적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의 눅눅한 공기, 음식 냄새, 생활환경이 결국 사람의 몸에 배어버린다는 설정은 생각할수록 잔인하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집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다. 어느 동네에 사는지,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 몇 평인지, 몇 층인지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집이 재산을 넘어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영화 속 이야기가 유난히 낯설지 않다. 실제로 영화 속 반지하 주거 형태는 해외 관객들에게는 낯선 공간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현실적인 공간이었다. 개봉 당시에도 영화 속 반지하의 모습과 실제 주거환경이 함께 이야기되었고, 이후 폭우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영화 속 장면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결국 봉준호 감독이 보여준 계층의 차이는 거창한 숫자나 통계가 아니라 냄새 하나로도 사람을 구분하는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를 보면서 조금 엉뚱하게 나 자신을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둔 뒤 프리랜서로 일을 했고, 코로나를 지나면서 일도 거의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찾아가는 단계에 있다. 그런데 나이가 마흔이 넘었다고 해서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저절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 한때 나도 스스로를 누군가에게 기생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낀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 기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남편의 수입에 기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만들어 놓은 경력이나 경험에 기대어 앞으로를 버텨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영화 속 '기생'과 내가 느낀 감정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제목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에 걸린다. 우리는 모두 완전히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일까? 누군가는 가족에게 기대고, 누군가는 회사에 기대고, 누군가는 부모에게 기대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렇다면 누가 기생충이고 누가 숙주인지 그렇게 쉽게 나눌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이 단순히 가난한 가족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 단어로 불편하게 만들어 놓은 제목에 가깝다고 느꼈다.

    봉준호 감독은 왜 이런 이야기를 잘할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봉준호 감독은 사회적인 이야기를 굉장히 무겁게 설명하지 않는다. 괴물, 살인사건, 설국열차, 가족 이야기처럼 장르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재미있게 따라가다가 영화가 끝난 뒤에야 '아, 이 이야기가 결국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영화 기생충 역시 마찬가지였다. 봉준호 감독은 사회학을 전공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감독이 되었는데, 칸영화제는 그의 작품들을 장르적 재미와 함께 영화적으로 높이 평가해 왔다. 특히 기생충은 2019년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까지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비영어권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은 당시 처음이었고,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함께 받은 것도 오랜만의 일이었다. 해외에서도 단순히 '한국에서 만든 유명한 영화'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개봉 이후 2019년 9월까지 164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15년 사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되기도 했다. 한국 사회의 계층 문제를 다룬 영화가 언어와 문화를 넘어 세계적으로 공감받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아마 가난과 부의 차이,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마음,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마음은 어느 나라에서나 낯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집에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기생충을 보고 나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느 지역에 사는지,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 신축인지 오래된 집인지, 심지어 몇 층인지까지도 사람들의 관심사가 된다. 집값이 곧 재산이 되고, 재산이 다시 사람의 위치를 설명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런 사회에서 반지하와 언덕 위의 대저택을 한 영화 안에 놓았다는 것 자체가 꽤 강한 대비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박 사장 가족의 집에서는 캠핑 이야기를 하면서 여유롭게 밤을 보내지만, 기택 가족에게 같은 비는 집을 잃을 수도 있는 재난이 된다. 같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누구에게는 낭만이고 누구에게는 재난이 되는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단순히 '부자는 좋겠다, 가난한 사람은 불쌍하다'는 생각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기생충은 개봉한 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여전히 현재형 영화처럼 느껴진다. 나 역시 영화를 보고 나서 내 집을, 내 옷을,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한 번쯤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했다. 우리는 모두 더 좋은 집, 더 좋은 환경, 더 안정적인 삶을 원하면서 살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누군가와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유명해서 이미 많은 이야기가 나온 영화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내가 살아온 경험이 조금씩 쌓인 뒤 다시 보니 처음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부분이 보였다. 그래서 기생충은 한 번 보고 끝나는 영화라기보다, 내가 어떤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될 때마다 다시 떠오를 것 같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