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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붐 리뷰, 비디오테이프를 감던 그 시절, 소피 마르소, 청춘의 기억

wowsnowflake 2026. 7. 23. 17:47

목차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를 빌리던 그 시절

    얼마 전 문득 정말 오래된 프랑스 영화 《라붐(La Boum)》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영화를 찾는 순간, 작품보다 먼저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요즘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원하는 영화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그런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보려면 먼저 비디오가 있어야 했고,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지만 당시에는 비디오 플레이어가 어느 집에나 있는 물건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비디오가 있었던 걸 보면, 부모님께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주말이 되면 비디오 대여점으로 향했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고, 대여료를 내고, 비디오테이프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 설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바로 옆 만화방에서 만화책까지 몇 권 빌려 오면 그 주말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즐길 거리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화 한 편, 만화책 몇 권이 주말을 기다리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연필 하나로 비디오테이프를 감던 추억

    비디오를 오래 보다 보면 테이프가 늘어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화면이 느려지고, 소리가 이상해지고, 심하면 플레이어 안에서 테이프가 엉켜 버리기도 했죠.

    그럴 때마다 비디오테이프 가운데 동그란 구멍에 연필을 끼워 넣고 손으로 빙글빙글 돌려 테이프를 팽팽하게 감았습니다.

    요즘 세대에게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누구나 한 번쯤 해 봤던 일상이었습니다.

    비디오 대여점에는 영화 소개 책자도 놓여 있었습니다. 신작 영화와 줄거리가 담긴 작은 가이드북이었는데, 영화를 빌리지 않아도 한참 동안 그 책을 넘기며 다음에는 어떤 영화를 볼지 상상하곤 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영화 추천 알고리즘을 종이책으로 만나는 셈이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웠던 소피 마르소

    그 수많은 영화 가운데 지금까지도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라붐》입니다.

    사실 영화를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세세한 줄거리는 희미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 소피 마르소의 모습만큼은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사람이 있을 수 있구나.'

    어린 마음에도 그렇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청순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미소, 꾸미지 않은 듯한 아름다움, 그리고 십 대 특유의 풋풋함까지….

    왜 그녀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었는지 어린 나이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소피 마르소의 귀에 헤드셋을 씌워 주며 함께 음악을 듣는 장면입니다.

    둘만의 세상이 된 것 같은 그 순간은 너무 아름다워서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특별한 대사 없이도 설렘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영화 속 명장면이었습니다.

    영화 《라붐》, 어떤 이야기였을까?

    1980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라붐》은 열세 살 소녀 빅(소피 마르소)이 사춘기를 지나며 첫사랑과 우정, 가족의 변화를 경험하는 성장 영화입니다.

    빅은 부모님의 잦은 다툼과 화해를 지켜보며 어른들의 사랑이 생각만큼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습니다. 한편으로는 친구들과 파티에 가고, 첫사랑을 만나고, 설레고, 상처받으며 한 걸음씩 어른이 되어 갑니다.

    영화 제목인 '라붐(La Boum)'은 프랑스어로 파티를 뜻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는 것은 단순한 파티 문화가 아닙니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사춘기의 설렘과 혼란, 첫사랑의 두근거림,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성장의 시간을 담담하게 그려 냅니다.

    거창한 사건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소피 마르소는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갔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녀만의 우아한 분위기와 프랑스 특유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여전했습니다.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배우가 지금도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반갑고, 한편으로는 함께 나이를 먹어 간다는 생각에 묘한 감정이 듭니다.

    《라붐》은 영화보다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오랜만에 《라붐》을 떠올리며 깨달았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영화의 줄거리보다 그 영화를 보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비디오 대여점의 냄새, 비디오테이프를 연필로 감던 손끝의 감촉, 만화책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골목길, 그리고 TV 앞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재생하던 순간들.

    《라붐》은 단순히 한 편의 프랑스 영화가 아니라, 제 유년 시절을 통째로 담고 있는 추억의 상자였습니다.

    아마 다시 영화를 보면 예전과는 다른 감상이 들겠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의 설렘은 영화 속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영화를 기다리던 제 어린 마음속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