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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을 봤다.
처음에는 김우빈이 나오는 액션 영화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 태권도, 검도, 유도를 합쳐 9단의 실력을 가진 이정도가 보호관찰관 김선민을 만나 무도실무관으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자발찌 대상자를 감시하고 재범을 예방하는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영화의 중심에 가져왔다는 점이 조금 독특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액션보다 다른 생각이 오래 남았다.
범죄가 발생한 뒤 범인을 잡는 것과,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누군가 계속 지켜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구나.
그리고 그 일을 실제로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사회적 비용이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됐다
사실 나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영화 속 이정도는 보호관찰관과 함께 전자발찌 대상자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에 출동한다. 단순히 범죄자를 감시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보호관찰관과 함께 재범을 예방하고 현장에서 위험한 상황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는 이 직업을 아주 무겁게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김우빈이 연기한 이정도는 처음부터 사명감으로 가득 찬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청년처럼 친구들과 어울리고 게임을 즐기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무도실무관의 일을 접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이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간다.
그래서 영화가 단순한 범죄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김우빈과 김성균의 호흡도 영화의 분위기를 무겁게만 만들지 않는 부분이었다. 김성균이 연기한 보호관찰관 김선민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인물이고, 이정도와 함께 움직이면서 두 사람 사이에 자연스러운 동료애가 만들어진다.
영화를 보면서 사회적 비용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액션 장면보다 범죄자를 관리하기 위해 사회가 치르는 비용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피해를 입은 사람의 삶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
보호관찰관이 필요하고, 무도실무관이 필요하고, 경찰과 의료진 등 여러 기관이 대응해야 한다. 재범을 막기 위한 제도와 시설도 필요하다.
영화 속에서는 몇 분짜리 장면으로 지나가는 일이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누군가의 근무시간이 되고, 세금이 되고, 행정 비용이 된다.
물론 범죄자의 재범을 막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필요하다. 오히려 필요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 발생한 범죄를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보다, 처음부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영화는 이 질문을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이정도와 김선민이 현장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오락 영화로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사회적인 생각이 많이 남았다.
어느 날 우리 집 우편함에 도착한 한 통의 우편물
사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유난히 현실적으로 느꼈던 이유가 있다.
어느 날 우리 집 우편함에 우편물이 하나 들어왔다.
성범죄자 알림과 관련된 안내였다.
그 순간 집 주변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평소에는 별다른 걱정 없이 지나가던 동네였다. 그런데 주변에 초등학교가 두 곳이나 있고 중학교도 있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동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우편물에는 해당 대상자에 대한 정보와 거주 지역이 안내되어 있었다.
그 뒤로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어디에서 봤다는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어느 동네에 산다는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는 조용했던 동네였는데 갑자기 사람들의 관심이 한곳에 모이는 느낌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공간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사정과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
그 사실 자체가 무섭다기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고 나니 예전과는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무도실무관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도 떠올랐다.
어렸을 때 동네에서 어떤 어른이 나에게 자기 집에 가서 무언가를 도와달라고 했던 일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따라가지 않고 도망쳤다.
그때는 그냥 이상한 일이 있었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금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 돌아보니 그때 내가 느꼈던 작은 불편함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항상 조심하라고 말하지만, 세상에 위험한 상황이 있다는 것을 아이가 미리 모두 알아채기는 어렵다.
그래서 결국 부모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게 된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않기.
이상한 상황에서는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싫은 행동을 강요받으면 거절하기.
그리고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껴졌을 때 부모에게 이야기하기.
이런 기본적인 교육이 왜 필요한지 나이가 들수록 더 실감하게 된다.
"엄마, 왜 화장실을 찍어?"
아이를 키우면서 당황했던 순간도 하나 떠오른다.
아이가 한글을 일찍 깨우면서 길거리나 공공장소의 안내문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을 때였다.
어느 날 화장실에 갔는데 '영상 촬영 금지' 같은 안내문을 본 아이가 물었다.
"엄마, 화장실을 왜 찍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위험을 설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게 둘 수도 없다.
특히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이 단순히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그 균형이 참 어렵다.
무도실무관이라는 영화가 내게 남긴 것도 결국 이런 부분이었다.
영화 속에서는 전자발찌의 이상 신호가 사건의 시작점이 되고, 무도실무관과 보호관찰관이 위험한 상황에 대응한다. 실제 전자감독 제도 역시 재범 위험이 높은 대상자의 위치와 이동 경로 등을 관리해 재범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제도가 필요한 사회라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전자발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계속 강한 처벌에 대한 생각도 했다.
전자발찌만으로 충분한 걸까.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가 더 필요할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은 어디까지 감당해야 할까.
피해를 입은 사람과 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우리가 치르는 비용이 크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위험한 범죄자를 보면서 순간적으로는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단순히 처벌의 강도만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일 테니까.
처벌과 재범 방지, 피해자 보호, 범죄 예방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영화 한 편을 보고 내가 사법제도에 대한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런 문제를 생각해보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역할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액션영화
<무도실무관>은 108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액션과 코미디, 범죄 이야기를 빠르게 풀어가는 영화다. 넷플릭스 공식 소개에서도 액션 코미디 영화로 분류하고 있고, 김우빈과 김성균의 버디 케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겁고 진지한 사회고발 영화를 기대한다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김우빈의 액션을 보려고 틀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머릿속에 남은 것은 화려한 액션 장면보다 우리 주변의 안전에 대한 생각이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평범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우편함에 도착한 한 통의 우편물 때문에 그 평범함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됐던 경험.
어렸을 때 이상하다고 느껴 도망쳤던 기억.
아이의 순진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순간.
이런 기억들이 영화와 겹쳐지면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생각이 이어졌다.
범죄가 없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영화 속 주인공처럼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도실무관>은 완벽한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볍게 시작해서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액션 영화였다.
특히 나처럼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영화 속 사건을 단순한 영화 이야기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재미있는 액션 영화를 찾다가 사회의 안전과 범죄 예방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싶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영화.
내가 <무도실무관>을 보고 난 뒤의 솔직한 감상은 이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