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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캔 스피크> 리뷰: 아이와 함께 본 가슴 아픈 역사, 그리고 영어가 품은 진심

wowsnowflake 2026. 8. 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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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고른 작품이 바로 <아이 캔 스피크>다. 이 영화는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오락 영화를 넘어, 아이들과 함께 꼭 나누어야 할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가 깊이 녹아있는 명작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아려왔던 이유는 이 모든 이야기가 '픽션'이 아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실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나라에나 가슴 아픈 역사는 존재한다. 우리나라 역시 분단의 현실과 전쟁의 비극이라는 큰 아픔을 겪어왔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이 더욱 조급해지고 아파오는 것은, 그 비극적인 역사를 몸소 견뎌내셨던 '역사의 산증인' 할머니들께서 이제는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가고 계신다는 점이다.

     

    '위안부'라는 단어 앞에서 길을 잃었던 순간

    영화를 보며,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모로서 가장 당황스럽고 난감했던 순간은 바로 '위안부'라는 단어를 설명해야 할 때였다.

    "엄마, 위안부가 무슨 뜻이야?"

    아이의 순수한 질문 앞에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고 누구를 위한 위안이란 말인가? '위안(慰安)'이라는 단어 자체가 품고 있는 역설이 어른인 나조차도 너무나 혼란스럽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이런 잔혹한 역사는 몇 살이 되어야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까? 설령 머리로 이해한다 한들, 아이들은 이 비극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까? 어른들의 세계에 이토록 비열하고 짐승보다 못한 폭력과 악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천진난만한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른으로서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다.

     

    '성노예'라는 직설적인 단어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상처

    국제 사회나 학술적인 자리에서는 그 당시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의 본질을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성노예(Sex Slave)'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때, 나 역시 그들이 저지른 죄악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직설적인 표현이 맞다고 생각했다. 참상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는 사실에 기반한 명확한 용어가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 비극을 직접 겪으셨던 위안부 할머니들께서는 '성노예'라는 표현이 당신들에게 또 다른 낙인이 되어 가슴을 찌르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고 아파하셨다. 그 말을 접하고 나니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진실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오신 할머니들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듬는 것이 얼마나 우선되어야 하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할머니들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 고통이 십분 이해가 가면서도, 진실을 알아갈수록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그들의 잔혹함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소녀 같은 할머니가 그토록 영어를 배워야만 했던 이유

    영화 초반의 '나옥분' 할머니는 동네 온갖 일에 참견하며 8,000건이 넘는 민원을 넣는 유별난 '도깨비 할매'로 등장한다. 그리고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민재를 달달 볶으며 어떻게든 영어를 배우려고 발버둥 친다. 그 모습은 그저 배움에 한이 맺힌 엉뚱하고 소녀 같은 할머니의 유쾌한 해프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영화는 거대한 감동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할머니가 그토록 멸시와 구박을 견뎌가며 영어를 배우려 했던 이유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 아니었다. 일본군에 의해 영혼이 처참하게 짓밟혔던 자신의 과거, 그리고 여전히 사과하지 않는 그들의 만행을 국제 사회에 나가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증언하기 위함이었다.

    미국 의회 청문회장에 선 옥분 할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단단하고 당당하게 서툰 영어로 외치던 "Yes, I can speak!"라는 한마디. 그 속에는 십수 년간 가슴속에 묻어두어야 했던 한과 슬픔, 그리고 세상을 향한 거대한 용기가 담겨 있었다.

     

    용서할 수 없는 역사, 그러나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목소리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단순히 과거 일본의 만행을 고발하고 분노를 유발하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훨씬 더 깊고 숭고하다.

    첫째, 다시는 인류 역사상 이처럼 인권을 짓밟는 참혹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경고다. 둘째, 피해자들은 사건이 끝난 후에도 평생을 치유되지 않는 깊은 한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인지하고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다.

    진실을 알면 알수록 그들이 저지른 행동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미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잊지 않고 다음 세대에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본 것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 언젠가 아이가 조금 더 자라 역사의 무게를 스스로 짊어질 수 있게 될 때, 엄마와 함께 보았던 이 영화와 옥분 할머니의 당당했던 목소리를 떠올려주길 바란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깊은 한이 조금이나마 위로받기를, 그리고 이 세상에 다시는 그와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