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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레이첼 맥아담스가 예뻐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웃는 모습 하나에 끌려서 틀었는데, 끝날 때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로맨스에 얹혀 있는 줄만 알았는데, 실제로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진짜 심장이었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설정, 왜 이 영화에서만 다르게 느껴지는가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 팀은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비밀을 전해 듣습니다. 남자 가족에게만 이어지는 시간여행 능력, 즉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선택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은 사실 다들 비슷할 겁니다. '나라면 로또 번호를 외워두거나, 주식 투자 시점을 바꾸겠다'는 생각이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당연한 욕망을 보여주는 대신, 시간여행의 진짜 함정을 건드립니다.
영화에서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입니다. 나비 효과란 어느 한 시점의 작은 선택이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이론입니다. 팀이 친구 해리의 연극 공연을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갔을 때, 이미 자신의 번호를 받아뒀던 메리와의 인연이 통째로 사라져버립니다. 선의로 한 행동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워버린 것입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이건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라고 느꼈습니다.
또한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시간을 되돌리면 자녀의 존재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설정은, 시간여행을 '편리한 리셋 버튼'이 아닌 진짜 무게감 있는 선택의 문제로 만들어 줍니다. 다른 시간여행 영화들이 주로 역사를 바꾸거나 재난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어바웃 타임은 평범한 하루의 선택에 그 무게를 가져다 놓습니다.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 자신감이라는 벽
팀은 영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청년입니다. 연말 파티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여성이 있었지만, 자신감 부족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보내버립니다. 저는 이 장면이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흔히 겪는 감정, 말 한마디를 못 꺼내서 기회를 날려버리는 그 순간 말입니다.
이후 팀은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블라인드 레스토랑(Blind Restaurant)에서 메리를 처음 만납니다. 블라인드 레스토랑이란 말 그대로 완전한 어둠 속에서 식사와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외모나 첫인상 없이 목소리와 대화만으로 상대를 알아가는 방식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팀은 평소보다 더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고, 결국 번호를 교환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해리의 공연을 살리기 위해 그 시점으로 돌아가면서, 메리의 번호가 통째로 사라지고 맙니다. 그 이후 팀이 메리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 케이트 모스 전시회에서의 재회,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관계를 쌓아가는 장면들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시간여행을 통해 사랑을 얻는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사람이 용기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구나.'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어도, 상대방의 마음까지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샬롯의 마음을 돌리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한 팀처럼, 진심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시간여행은 도구일 뿐이고, 결국 진짜 사랑은 자신감과 진심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합니다.
아버지와 아들, 이 영화의 진짜 감동이 있는 곳
솔직히 처음 볼 때는 팀과 메리의 러브스토리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면, 이 영화의 핵심은 팀과 아버지의 관계라는 걸 압니다.
아버지는 암 진단을 받고 시한부 판정을 받습니다. 그 상황에서 아버지가 팀에게 전하는 조언은 단순하지만 깊습니다. 같은 하루를 두 번 살아보라는 것, 즉 똑같은 날을 한 번은 평소처럼, 한 번은 더 주의 깊고 여유 있게 살아보라는 것입니다. 영화 비평 측면에서 이 장면은 일종의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개념을 시간여행이라는 장치로 풀어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인드풀니스란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고, 일상의 소소한 감각을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심리 훈련 방식입니다.
저는 작년에 아버지를 떠나보냈습니다. 암투병 끝에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했는데, 그 이후 이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아버지와 팀이 과거로 함께 돌아가 마지막 추억을 쌓는 장면에서 참지 못했습니다. 나도 한 번만 더 돌아갈 수 있다면, 건강 관리를 부탁드렸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선택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로맨스로 보기 시작했다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에 가장 큰 감동을 받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시간여행 로맨스 영화들과 다른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바웃 타임이 전하는 메시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 결말에서 팀은 시간여행을 점점 줄여나가다 결국 멈춥니다. 능력을 포기한 게 아니라, 매일을 처음부터 다시 사는 사람처럼 살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이 선택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 분야에서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의도적으로 감사히 여기는 것이 삶의 만족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긍정심리학이란 인간의 강점과 행복, 삶의 의미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입니다. 어바웃 타임의 결말은 이 개념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일상에서 감사 일기를 쓰거나 작은 기쁨에 주의를 기울이는 행동이 우울감을 줄이고 전반적인 심리적 안녕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미국 심리학회(APA)). 팀이 시간여행 없이도 매일을 풍요롭게 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현재에 충실하게 살기 위한 핵심 태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매일 아침을 특별한 날인 것처럼 의식적으로 시작하기
- 가족과의 대화를 나중으로 미루지 않기
- 작은 선택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기
- 후회할 것 같은 말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하기
영국 영화학계에서도 어바웃 타임은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실존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출처: 영국영화협회(BFI)). 단순한 로맨스 코드를 넘어서, 삶의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는 점에서입니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로맨스를 기대하고 보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다 보고 나면 아마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고 싶어질 겁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이 소재지만, 결국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후회 없이 살고 싶은 분이라면, 한 번쯤 꼭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