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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 날리던 시골길 끝,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그리운 손길을 마주하다
영화 <집으로...>는 현대 사회가 잊고 살아가기 쉬운 가장 근본적이고 순수한 사랑의 형태를 스크린 위에 나뭇결처럼 촘촘히 각인해 낸 걸작입니다. 자가용이 흔치 않던 시절, 먼 길을 달려 도착했던 시골 할머니댁의 풍경은 누구에게나 아련한 향수로 남아 있습니다. 거대한 기와집과 마당 구석에서 풍겨 오던 특유의 흙냄새, 그리고 땅을 일구며 오랜 세월을 견뎌온 거친 나무뿌리처럼 까칠까칠하고 투박했던 할머니의 손길은 지금도 귓가와 피부 끝에 선명하게 울려 퍼집니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면 할머니는 늘 바지 깊숙한 주머니 속에서 오랫동안 보관해 두어 꼬깃꼬깃하게 접혀 있던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어린 내 작은 손에 꼭 쥐어주셨습니다. 트렁크가 찌그러질 정도로 가득 실어주셨던 땀방울 베인 농산물들과 차창 너머 멀어지는 자식과 손주를 바라보시던 유난히 촉촉했던 그 눈가는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애틋함 그 자체였습니다. 호두나무와 밤나무 사이를 누비며 지루함을 달래던 어린 나를 위해 안방 다락방 구석에서 토실토실하게 알이 찬 밤을 몰래 꺼내주시던 모습처럼, 이 영화는 우리가 한동안 바쁜 삶에 치여 잊고 지냈던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의 온기를 다시금 일깨워 주며 마음을 뒤흔듭니다.
철부지 도시 아이와 침묵하는 시골 할머니, 언어를 넘어선 진한 온기
이 작품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커다란 즐거움은 현재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는 명품 성인 배우로 멋지게 성장한 유승호 배우의 눈부시게 깜찍하고 풋풋한 아역 시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삐뚤빼뚤하게 자른 머리로 온갖 떼를 쓰고,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 먹고 싶다며 시골 할머니 앞에서 투정을 부리는 철부지 도시 아이 '상우'의 모습은 그 시절 우리 자신의 철없던 유년 시절과 묘하게 닮아 있어 헛웃음과 반성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말도 하지 못하고 글도 읽지 못하지만, 오직 굽은 등과 깊게 패인 주름만으로 손자의 모든 신경질과 투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할머니의 침묵은 그 어떤 화려한 대사나 거창한 수식어보다 강렬한 울림을 전달합니다. 손자의 간청에 백숙을 만들어 내놓는 할머니의 어긋난 표현 방식에 짜증을 쏟아내는 손자를 보면서도,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찌푸리지 않고 그저 묵묵히 손자의 신발을 가슴에 품어 온기를 전하는 모습은 관객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을 파고듭니다. 언어와 세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서로에게 조금씩 물들어가는 두 사람의 소박한 일상은 정막하지만 따뜻한 시골 마을의 풍경과 어우러져 쉽게 잊히지 않는 여운을 만들어 냅니다.
굽은 등 뒤로 차오르는 그리움, 가슴 속 깊은 안부를 건네다
스크린에 차곡차곡 담긴 할머니의 투박하면서도 진한 사랑의 흔적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영화 속 공간과 현실 속 내 유년 시절 사이의 경계는 어느덧 희미해지고 맙니다. 개봉 당시에도 이미 연세가 아주 많아 보이셨던 김을분 할머니의 모습을 화면 너머로 바라보면서, 지금은 저 하늘 아래 어디선가 편안하게 지내고 계실지 괜스레 가슴 먹먹한 안부를 묻게 됩니다. 말없이 바늘구멍에 실을 꿰어달라며 떨리는 작은 손짓을 보내시던 모습이나, 손자가 떠난 후 홀로 굽은 등 뒤로 노을빛 석양을 안고 흙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시던 그 뒷모습은 수많은 관객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할머니에 대한 오만 가지 기억을 온통 흔들어 놓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 우리를 아무런 대가 없이 온 마음으로 감싸 안아주었던 존재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형태로 끄집어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에도 오랫동안 가슴을 짓누르는 이 묵직한 감정은 삭막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그마한 위로이자 영혼의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 줍니다.
삭막한 세상에 전하는 묵직한 위로, 당신의 눈물샘을 흔들 스크린 속 처방전
결론적으로 영화 <집으로...>는 단순한 픽션이나 상업적인 재미를 넘어서, 인간 본연이 지닌 다정함과 가족이라는 이름이 가진 숭고한 가치를 완벽하게 증명해 내는 보기 드문 수작입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 나를 아무런 조건 없이 품어주고 아껴주었던 시골 할머니와의 따뜻했던 추억 속으로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다시 재생하거나 리뷰를 읽기 전에는 반드시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합니다. 잊고 지냈다고 믿었던 유년 시절의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한꺼번에 둑 터지듯 밀려와 당신의 눈물샘을 인정사정없이 흔들어 놓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피로하고 세상의 빠르게 변하는 속도에 지쳐 누군가의 조건 없는 온기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 영화 <집으로...>가 전하는 묵직한 사랑과 눈물은 가슴속 깊은 곳 묵은 때를 깨끗하게 씻겨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스크린 속 처방전이 되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