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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이 부럽다 생각될 때 본 영화
오래된 영화인데도 가끔 생각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타인의 삶(The Lives of Others)'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동독의 비밀경찰인 슈타지와 감시 사회를 다룬 정치 영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국가가 개인을 감시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냉혹한 요원이 한 예술가를 감시하면서 조금씩 인간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떠올려 보니, 이 영화의 제목인 '타인의 삶'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요즘은 유난히 다른 사람의 삶이 눈에 들어옵니다.
40년 넘게 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는 왜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이미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후회하며 한참을 보내는 날도 있습니다. 지나간 선택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다른 사람의 인생과 내 인생을 비교하게 됩니다.
멀리서 보면 누구나 행복해 보인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삶을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인스타그램을 열면 여행을 떠난 사람,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 예쁜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 성공한 사람들의 일상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모두가 반짝반짝 빛나 보입니다.
걱정도 없어 보이고, 실패도 없어 보이고, 늘 행복하기만 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모습을 방 안에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괜히 내 삶만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왜 이렇게 사는 걸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의 하이라이트만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날은 있고, 눈물 나는 순간도 있고, 말 못 할 고민도 있습니다.
다만 그런 모습은 SNS에 잘 올라오지 않을 뿐입니다.
부모가 되고 나니 비교는 더 쉬워졌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비교가 더 자주 찾아옵니다.
우리 아이 때문에 속상한 날이면 이상하게 다른 집 아이들만 눈에 들어옵니다.
공부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고, 뭐든 척척 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 우리 아이는 이럴까.'
'내가 부모 역할을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괜히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나 자신도 자책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 아이도 다른 부모와 나를 비교한다면 어떨까.
"우리 친구 엄마는 멋진 직업이 있는데."
"우리 친구 아빠는 돈을 많이 버는데."
"우리 집은 왜 저 집 같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고 상상하는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내가 아이에게 바라지 않는 일을, 정작 나는 내 자신에게 매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순간 비교의 기준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영화가 말하는 '타인의 삶'
영화 속 비즐러는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감시를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그들의 음악을 듣고, 사랑을 보고, 슬픔을 함께 느끼며 조금씩 변해 갑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단순히 엿보는 일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을까.'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입니다.
물론 돈이 많으면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 패스트트랙을 이용할 수도 있고, 집안일을 맡기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환경에 따른 차이는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결국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비교적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가장 행복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다."
그 문장을 읽고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남들과 비교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같은 하루이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보내는 것도 같은 하루입니다.
어떤 하루를 선택할지는 결국 내 몫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
물론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지금 내 상황에 만족한다는 것이 노력을 멈춘다는 뜻은 아닙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오늘을 잃어버리고, 이미 지나간 과거 때문에 현재를 후회하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다시 떠올린 영화 '타인의 삶'은 예상하지 못한 위로를 건네주었습니다.
결국 내가 부러워해야 할 것은 누군가의 화려한 인생이 아니라,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의 태도였습니다.
어쩌면 가장 소중한 삶은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나의 삶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비교 대신 감사하는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그 하루들이 모이면 언젠가는 나 역시 누군가가 부러워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