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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생명체를 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 때
아무 생각 없이 귀여운 생명체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 때가 있다. 특별한 교훈을 얻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복잡한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머리를 쓸 필요도 없다. 그저 화면 속 작은 생명체가 움직이고, 엉뚱한 행동을 하고,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그래서 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른이 되면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많다. 가끔은 아무런 걱정 없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애니메이션은 어른에게도 꽤 좋은 휴식이 된다. 이번에 본 영화는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호퍼스>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동물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됐는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더 귀여웠다. 귀여움에도 한도가 있다면 이 영화는 그 한도를 가볍게 넘어선다. 등장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속으로 감탄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아이들이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새삼 알 것 같았다. 사실 어른이라고 해서 귀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쁘게 살아가느라 그런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기회가 줄어들 뿐이다. <호퍼스>를 보는 동안에는 그런 어른스러운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화면 속 생명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동물의 세계에 들어간 소녀, 호퍼스 줄거리
<호퍼스>는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소녀 메이블의 이야기다. 메이블에게는 할머니와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이 깃든 연못이 있다. 그런데 그 연못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메이블은 자신이 아끼는 장소를 지키기 위해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사람의 의식을 동물 로봇으로 옮겨 동물의 모습으로 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을 경험하게 된다. 메이블은 로봇 비버의 몸으로 동물 세계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비버 왕 조지를 비롯해 개성 넘치는 여러 동물들을 만난다. 인간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던 자연이 아니라 동물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메이블은 동물들과 친구가 되면서 그들만의 질서와 생활 방식, 그리고 인간이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를 발견한다. 하지만 인간의 개발로 연못과 동물들의 터전이 위협받으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메이블은 자신이 사랑하는 자연을 지키기 위해 동물들과 힘을 합친다. 동물들의 엉뚱하고 기발한 행동이 웃음을 만들어 내고, 인간과 동물의 입장이 뒤바뀌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귀여운 동물들이 등장하는 유쾌한 모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질문도 담겨 있다. 우리가 편리함을 위해 바꾸고 없애는 것들이 다른 생명에게는 삶의 터전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처음부터 무거운 환경 이야기를 앞세우는 것은 아니다. 유쾌한 캐릭터와 빠른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연을 지키는 일이 왜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귀여움 한도 초과, 아이와 함께 웃기 좋은 영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귀여운 등장인물들이다. 동물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행동도 예상 밖이라서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가 등장할지 기대하게 된다. 특히 동물들이 서로 소통하고 반응하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귀여운 생명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화면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본다면 이런 재미는 더 커진다. 어른은 어른대로 동물들의 표정과 행동을 보며 웃고, 아이는 아이대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발견하며 즐거워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복잡한 설명을 해주거나 의미를 이해시키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저 함께 웃고,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서로 쳐다보며 웃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이와 영화를 보는 시간이 꼭 교육적인 활동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다. 하지만 때로는 별다른 목적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된다. 영화가 끝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교훈이 아니라 함께 웃었던 순간일 수도 있다. <호퍼스>는 그런 시간을 보내기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아이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날, 복잡한 생각을 잠시 멈추고 가볍게 웃고 싶은 날에 보기 좋다. 귀여운 동물들을 보며 마음껏 웃다 보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기분 좋은 여운이 남는다. 어쩌면 우리가 영화에서 기대하는 즐거움은 대단한 감동이나 놀라운 반전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 걱정 없이 웃었던 한 시간 반이 일상에 작은 활력을 더해 주기도 하니까.
아름다운 생명체가 가득한 지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
올해도 유난히 더운 날들이 이어졌다. 매년 여름이 더워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기후와 환경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날씨가 더운 이유를 하나의 원인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호퍼스> 속에서도 인간이 개발을 위해 자연을 바꾸고 동물들의 터전을 위협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라고 해서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문제는 아니다. 사람에게는 새로운 건물과 도로가 편리한 발전일 수 있지만, 그곳에 살던 동물들에게는 집을 잃는 일일 수 있다. 우리는 인간의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숲은 개발할 수 있는 땅이 되고, 연못은 정비해야 할 공간이 되며, 동물은 때로 우리 주변에 나타나는 불편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곳에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살아가는 생명들이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먹이를 구하고, 가족을 돌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생명들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귀엽다고 웃었던 동물들이 실제 자연 속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우리가 화면 속 동물들을 사랑스럽게 느끼듯 현실의 동물들도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애니메이션 한 편을 봤다고 환경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평소 무심하게 지나쳤던 자연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생명체가 가득한 이 지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지금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도 함께 말이다. 인간에게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호퍼스>는 귀여운 동물들 덕분에 실컷 웃게 해주는 영화이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아이와 함께 웃으며 볼 영화를 찾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산책길에서 만나는 작은 새나 나무 한 그루도 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