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
다소 우울하고 어두운 영화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우리의 현실을 담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휴민트라는 단어는 영화를 보기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휴민트 요원들의 정보가 북한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평소에는 뉴스에서나 접할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휴민트를 소재로 영화까지 만들어졌다는 것이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휴민트라는 것이 그저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영화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서 활동하는지 조금 더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나라를 위해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과연 우리는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정보를 전달하고, 언제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인데도 상황이 달라지면 필요에 따라 이용되고 버려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안전과 가족의 안전까지 걸고 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멘탈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사람들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외롭고 무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기봉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나뉘어 있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이런 첩보나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언젠가는 정말 통일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평소에는 통일이라는 말을 들어도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살아가는데요. 우리 가족이 가끔 찾는 곳이 김포 애기봉 생태공원이라 그곳에 갈 때면 남과 북이 정말 가까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조금 실감하게 됩니다. 애기봉 전망대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북한 쪽을 바라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도 보이고, 농사를 짓는 사람도 보이고, 삼삼오오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아침이 되면 일어나서 밥을 먹고 학교에 가고 회사에 가고,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듯이 그곳 사람들도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우리 눈앞에 보일 정도로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참 놀랍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남과 북이 나뉘어 있다는 것을 역사적인 사실이나 뉴스 속 이야기처럼 생각했는데, 직접 망원경으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분단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현실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휴민트를 보면서 영화 속 이야기가 단순한 첩보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전쟁이 나면 우리 가족은 어디에서 만날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는 가족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영화가 전쟁과 첩보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약 정말 전쟁이 나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 하는 이야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현실적인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전쟁이 나면 어디에서 만나야 할까, 가족들이 서로 떨어져 있다면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할까 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남산타워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듣자마자 저는 우리 집에서 남산타워까지 차를 타고 가도 30분이나 걸리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라면 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전쟁이 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질 것 같았습니다. 도로가 막힐 수도 있고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가는 길이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차가 안 되면 걸어가야 하는데 걸어서는 한참 걸릴 테고, 그때까지 가족들이 모두 무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영화에서 보던 전쟁이라는 것이 갑자기 우리 가족에게 닥칠 수도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평소에는 전쟁이 나면 대피하면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가족을 생각해보니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를 먼저 챙겨야 할 텐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신도 카드도 멈춘다면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말 전쟁이 나면 우리는 제일 먼저 무엇을 챙겨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할까? 평소에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가족에게 연락하는 것부터 어려워질 것이고, 인터넷이 끊기면 우리가 평소에 하던 대부분의 일들이 멈출 것 같습니다. 은행 거래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카드도 사용할 수 없을 테고, 현금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있는 물이나 음식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휴대전화가 안 되면 가족과 어떻게 연락할까 하는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평소에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통신과 전기가 끊기는 순간 우리가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져서 결국 그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전쟁이라는 것은 우리가 평소에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너무 무섭고 막막해서 생각한다고 해서 쉽게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휴민트를 보고 나니 적어도 우리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 순간이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하루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소중한 일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영화
영화 <휴민트>는 재미있게 보고 끝나는 영화라기보다는 보고 난 뒤 이런저런 생각을 계속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이지만 우리가 평소에는 외면하고 살아가는 현실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휴민트 요원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라를 위해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희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고, 동시에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 위에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김포 애기봉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봤던 북한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농사를 짓는 사람,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들도 우리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텐데 그 사이에는 쉽게 넘을 수 없는 경계가 놓여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통일이라는 문제부터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생각이 이어졌고, 결국 너무 복잡해서 그 생각을 멈추기는 했지만 한동안 머릿속에 영화의 내용이 남아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무엇인가 명확한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우리의 현실을 한 번쯤 돌아보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오늘의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