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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런 풋풋한 청춘 영화가 보고 싶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청춘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거창한 사건도 없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도 등장하지 않지만, 보고 나면 괜히 미소가 지어지고 오래전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 영화 말입니다. 저에게 그런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입니다. 대만을 대표하는 청춘 영화이자,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목만 들어도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학창 시절의 설렘이 함께 따라오는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 가진동과 여자 주인공 천옌시는 정말 '청춘'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습니다. 장난기 많지만 순수한 소년과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꾸밈없이 밝은 소녀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첫사랑은 왜 이렇게 예쁘면서도 아플까
이 영화는 여자 주인공의 결혼식에 참석한 남자 주인공이 과거를 떠올리는 회상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저는 처음 봤을 때 당연히 두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할 줄 알았습니다.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해피엔딩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첫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는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두 사람이 이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끝나 버렸다는 사실이 더 슬펐습니다. 대부분의 첫사랑 영화가 비슷한 감정을 남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보다 시간이 더 아쉬운 것입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봤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 지나간 시간은 아무리 후회해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영화를 더욱 애틋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감독의 실제 첫사랑 이야기라 더 진솔했던 영화
영화를 보고 난 뒤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 작품은 감독 구파도가 자신의 학창 시절을 바탕으로 쓴 동명 소설을 직접 영화로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에피소드들이 유난히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괜히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더 철없이 행동하고, 사소한 자존심 때문에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모두 실제 학창 시절에서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였습니다.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이 없어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첫사랑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오래된 친구를 생각했으며, 또 누군가는 그 시절의 자기 자신을 만났을 것입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이유는 특별한 이야기를 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평범했던 시간을 너무도 솔직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된 지금, 아이와 함께 보고 싶은 영화
요즘 들어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던 아이가 이제는 "네.", "알았어요."라는 짧은 대답만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갈 때가 많습니다. 별일 아닌데도 괜히 섭섭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문득 이런 영화를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같이 보고 "엄마도 이런 시절이 있었어."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 곧 중학생이 되는 아이에게도 이 영화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일 것입니다. 친구를 좋아하게 되는 감정, 누군가를 동경하는 마음, 사소한 오해로 다투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까지 모두 성장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방학 동안 함께 영화를 보며 서로의 학창 시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했던 그 시절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만날 때 현실적인 조건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성격은 어떤지, 가치관은 맞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여러 가지를 따져 보게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살아온 시간이 길어진 만큼 경험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만큼은 달랐습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 사람이 좋아졌고, 얼굴만 봐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좋아한다는 감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더욱 예쁘게 느껴집니다. 계산도 없고 조건도 없는 순수한 마음이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에게도 언젠가는 이런 아름다운 기억이 하나쯤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떠올리면 웃음이 나는 사람,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참 소중했던 기억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끝나지만, 그 기억만큼은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이면서도 결국은 우리의 청춘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 속 주인공보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되고, 그래서 볼 때마다 조금씩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 더 아름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그 문장을 가장 따뜻하고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커서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의 저처럼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되지 않을까요.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