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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우리들》 리뷰 | 코로나 시대를 지나온 아이들의 관계를 생각하다

wowsnowflake 2026. 8. 15. 13:05

목차


    코로나 시대를 지나온 아이들을 생각하며

    지금 6학년이 된 아이가 유치원생이었을 때 코로나가 시작됐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조금 먹먹해진다. 한창 뛰어놀고 친구들과 부딪히면서 세상을 배워야 할 나이에 아이들은 마스크부터 써야 했다. 특히 한여름에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의 얼굴을 보면 마스크 안쪽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답답할 텐데도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쓰고 친구들과 놀아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부모로서는 참 안쓰러웠다. 그때는 어른들도 힘들었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려운 시기였다. 결혼식조차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던 시절이었다. 다행히 긴 코로나의 시간은 지나갔고 이제는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학교와 유치원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코로나를 지나온 아이들의 성장에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아이가 친구를 만나고 서로 부딪히면서 관계를 배우는 시기에 다른 사람과의 접촉 자체가 조심스럽고 때로는 위험한 행동처럼 여겨지던 시간을 보냈다. 유치원 졸업식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졸업식장에 모이는 대신 영상을 통해 졸업식을 지켜봐야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1학년, 2학년 때까지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쩌면 어른들에게는 몇 년의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인생의 아주 중요한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는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아이가 학교에서 봤다며 이야기해 준 영화가 바로 《우리들》이었다. 영화 속 아이들은 특별히 큰 사건을 겪는 것도 아닌데 친구 관계 때문에 울고, 상처받고, 질투하고, 화를 낸다. 어른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이는 순간도 아이들에게는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그런 과정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친구와 싸우면서 내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면 상처받는지도 배운다. 또 내가 잘못했을 때 사과하는 법을 배우고, 친구에게 서운한 일이 생겼을 때 이야기를 통해 풀어가는 방법도 익힌다. 때로는 화해하지 못하고 관계가 끝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런 크고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그런데 코로나 시절의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을까.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려야 할 시기에 학교와 유치원이 문을 닫고, 친구를 가까이하는 것조차 조심해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아이의 친구 관계에 관심이 많다. 특히 여자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들이 친구 무리 안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경험하는지 잘 알 것이다. 누구와 친한지, 누가 누구와 싸웠는지, 단체 활동에서 혼자 남지는 않았는지, 친구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신경 쓰이는 순간이 많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의 모든 관계를 대신 해결해 줄 수도 없다. 결국 아이 스스로 관계를 맺고, 갈등을 경험하고, 다시 풀어나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는 《우리들》을 보면서 그 과정을 조금 더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아이들은 거절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아이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은 친구가 좋으면 가까이 다가가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속상하면 울기도 한다. 때로는 친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신도 상처를 받는다. 지금 생각하면 서툴지만 그 서투름 자체가 성장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거절을 두려워해서 아예 시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친구에게 같이 놀자고 말을 걸었다가 거절당할까 봐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단체에서 소외될까 봐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쩌면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어른이 되고 나서야 관계도 노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도 계속 연락하고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반대로 오랜 시간 연락하지 않았더라도 서로에게 애정이 있고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결국 관계는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들도 아마 그런 경험을 하나씩 배워가야 할 것이다. 친구와 싸웠다고 해서 모든 관계가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한 번 거절당했다고 해서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먼저 다가가야 하고, 때로는 한발 물러서야 하며, 내가 잘못했다면 사과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경험을 많이 해본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과의 관계를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아이가 갈등을 전혀 겪지 않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기보다는 갈등을 겪었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도 없고 모든 친구와 잘 지낼 필요도 없지만,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함과 서운함을 견딜 수 있는 힘은 있었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의 친구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

    《우리들》을 보고 나니 나의 어린 시절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어린 시절 친구는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른이 되어 오랜만에 만나도 처음 만난 사람처럼 어색하기보다는 금방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친구가 있다. 그 시절 함께 웃었던 일, 사소한 일로 싸웠던 기억, 아무것도 아닌 일에 삐쳤던 순간까지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추억이 된다. 그래서 아이가 유년기에 좋은 관계를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반드시 많은 친구를 사귀라는 뜻은 아니다.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함께 놀고, 싸우고, 화해하고, 때로는 멀어지는 경험까지 해봤으면 좋겠다. 그런 경험이 훗날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지나간 지금도 나는 아이들의 성장에 대해 가끔 걱정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이 놓친 것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다시 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아이가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고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영화 《우리들》은 거창한 사건이 벌어지는 영화가 아니다. 그저 아이들이 친구를 만나고, 상처받고, 질투하고, 다시 관계를 고민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바로 그 평범한 이야기가 부모인 나에게는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텐데 모든 관계가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거절당할 수도 있고, 친구와 크게 싸울 수도 있고, 혼자가 되는 순간도 경험할 것이다. 그때마다 부모가 대신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상처를 받아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의 친구를 떠올리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들》은 아이들의 우정에 관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사람과 관계를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코로나라는 특별한 시간을 지나온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이 영화를 함께 보면서 아이의 친구 관계와 성장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