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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보게 된 영화 We Live in Time.
처음에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가족을 이루고, 예상하지 못한 아픔을 겪게 되는 흔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뒤 이상하게 다른 생각이 오래 남았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 내가 어느 날 이 세상에 없다면, 나의 부재는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죽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이지만 평소에는 굳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아직 나에게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한 사람의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결국 나에게도 언젠가는 찾아올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이야기
영화의 주인공은 토비아스와 알무트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아주 평범하지 않다.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만나게 되고, 처음에는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토비아스는 안정적인 삶과 가족을 원하고, 알무트는 자신의 일과 삶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아이를 갖게 되고, 그렇게 평범한 가족의 시간을 만들어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무트에게 병이 찾아온다.
영화는 이 과정을 아주 극적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
두 사람이 울고 싸우고 다시 화해하는 순간, 아이와 함께 보내는 평범한 일상,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우리의 삶도 특별한 사건만으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으니까.
대부분의 시간은 밥을 먹고, 아이를 돌보고, 일을 하고, 장을 보고, 잠을 자는 평범한 하루들로 채워진다.
그런데 그런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준다.
오래 사는 것과 잘 사는 것 사이에서
알무트는 병을 치료하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서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있다.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일까?
아니면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일까.
물론 현실에서는 이렇게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가족이 있다면 가족과 더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클 것이다.
그런데 알무트에게는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단순히 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것으로만 기억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몸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많은 생각을 했다.
고통 속에서 단순히 하루하루를 연장하는 것과, 힘들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은 삶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알무트에게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사실 나는 겁이 아주 많다.
지금도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일이 있으면 긴장하고, 주사 바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겁이 난다.
그런 내가 만약 큰 병에 걸려 오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과연 잘 견딜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동안 이런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나는 아마 굉장히 무서울 것 같다.
치료가 힘들다면 견딜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가족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치료에만 집중하게 될까.
정답은 알 수 없다.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극한의 상황을 마주하기 전까지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는 것 같다.
평소에는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두려운 상황에 놓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나도 알무트와 비슷한 선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살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
물론 실제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없다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
영화를 보면서 가장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은 사실 죽음 그 자체가 아니었다.
내가 없어진 뒤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아갈까.
나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남편은 일을 하고 돈을 벌고, 나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간단한 일을 하고 있다.
각자의 역할이 아주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 가족은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굴러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우리 부부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모두 맡아야 한다.
돈을 버는 사람도 필요하고 아이를 돌보는 사람도 필요하다.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챙겨야 한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대응해야 한다.
평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하나둘 모이면 꽤 많은 일이 된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아주 현실적인 생각을 했다.
한 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다른 한 사람이 정말 모두 채울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내가 지금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남편이 하는 일도, 내가 하는 일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역할이었다.
죽은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의 시간이 더 오래 이어진다
이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죽음을 지나치게 비극적으로만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은 분명 큰 슬픔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고통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죽음만을 붙잡고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한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슬퍼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아이도 자라고, 남겨진 사람은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또 하루를 보낸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는데 어떻게 다시 평범한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것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잃었다고 해서 세상의 시간이 멈추지는 않는다.
아침은 오고, 아이는 학교에 가고, 밥을 먹어야 하고, 해야 할 일은 계속 생긴다.
슬픔이 사라져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가지고도 계속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삶은 지금도 계속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결국 우리는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
평소에는 이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내일 먹을 것을 생각하고, 아이 학교 준비물을 챙기고, 주말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바라보거나 이런 영화를 보고 있으면 문득 그 당연한 사실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오히려 지금의 하루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 함께 밥을 먹는 것.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 것.
남편과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오늘 하루 별일 없이 지나가는 것.
평소에는 너무 평범해서 소중한 줄 몰랐던 순간들이 사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일 수도 있다.
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내가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은 오히려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보다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냈느냐.
그리고 언젠가 내가 사라진 뒤에도 내가 남긴 사랑과 기억이 가족의 삶 속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나는 것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른 생각으로 바뀌었다.
죽음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것뿐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정확히 얼마나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너무 먼 미래의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지금의 시간을 놓치기보다는,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아이들과 조금 더 많이 이야기하고,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평범한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영화 속 알무트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삶의 모습과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We Live in Time.
우리는 결국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시간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의 시간이 더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영화였지만, 나는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 기억할 것 같다.
죽음은 언젠가 찾아오겠지만, 적어도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 나는 거창한 결심보다는 아주 평범한 생각 하나를 했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하루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