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블랙홀, 웜홀, 사건 지평선이라는 단어들이 쏟아지는데 '그냥 멋있는 SF구나' 하고 넘겼죠.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도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밀러 행성에서 고작 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지구에서는 7년이 흘렀다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공부하면서 같은 영화를 완전히 다른 눈으로 보게 됐습니다.상대성이론을 모르면 이 영화의 절반은 놓친다인터스텔라에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개념은 시간 지연(Time Dilation)입니다. 시간 지연이란 중력이 강한 곳일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일반 상대성이론의 핵심 원리입니다. 쉽게 말해, 블랙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시계는 멀리 떨어진..
상징 해석, 팀 버튼이 판타지에 담아낸 진짜 이야기솔직히 저는 〈빅 피쉬〉를 처음 볼 때부터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팀 버튼 감독이라면 당연히 〈가위손〉, 〈에드 우드〉,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기괴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기대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에는 화려한 판타지와 강렬한 비주얼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팀 버튼이 왜 이렇게 따뜻한 영화를 만들었지?"였습니다. 거인과 마녀, 유령 마을, 거대한 물고기까지 분명 판타지 요소는 넘쳐나는데도, 영화가 남기는 감정은 놀라울 만큼 현실적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판타지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현실을 가장 아름답게..
반전, 결말을 알고 다시 봤을 때 진짜 무서워지는 영화솔직히 처음 〈파이트 클럽〉을 봤을 때 저는 왜 이 영화가 그렇게 명작으로 불리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초반에는 잠도 못 자는 남자가 우연히 괴짜를 만나 싸움을 시작하는 이야기처럼 보여서, '격투 장면이 많은 영화인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죠. 그런데 결말에서 타일러 더든과 화자가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정말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멍하니 엔딩 크레딧을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더 놀라웠던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영화 해석과 제작 비화를 찾아보다가 '이 영화는 처음부터 결말을 숨기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접한 것이죠. 다시 영화를 켜서 보니 타일러는 영화 초반 엘리베이터, 병원, 사무실, 복사실 ..
단기기억상실증, 웃기기만 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설정솔직히 말하면 저는 〈첫 키스만 50번째〉를 오랫동안 '웃긴 애덤 샌들러 영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TV에서 우연히 봤을 때는 두 주인공의 귀여운 케미와 코믹한 장면들이 전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영화 속 루시는 사고 이후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지 못해 매일 아침 사고가 일어나기 전날로 돌아간 것처럼 살아갑니다. 실제로는 선행성 기억상실증(anterograde amnesia)에 가까운 증상인데, 영화처럼 잠을 자면 기억이 일정하게 초기화되는 사례는 의학적으로 매우 드문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너무 비현실적인 설정 ..